바른글쓰기 23

[바른글쓰기] '에의'에서 '의'를 빼자

글을 읽다 보면 거슬리는 말들이 있다. 그중에서 특별히 거슬리는 말 중 하나가 아무 때나 막 들어가 있는 '의'이다. 조사 뒤에 붙어 있는 '의'는 거의 다 문제가 있는 '의'이다. 일본식 표기인데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책 제목으로 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에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에의 : 앞말이 처소나 시간, 대상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에’를 관형어로 나타내는 격 조사. 격 조사 ‘에’와 격 조사 ‘의’가 결합한 말이다. - 만찬회에의 초대. - 어린이들은 내일에의 희망이다. - 해외 시장에의 진출이 앞당겨질 것 같다. '에의'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기 때문에 이 말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에의'라는 표현은 주로 글말에..

[단어선택] 접하다 vs. 만나다/읽다/보다/듣다/맞닿다

'접하다'라는 단어는 자주 쓸 수 있는 단어이다. 여러 가지 뜻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한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접하다의 뜻은 모두 다섯 가지이다. 1.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1.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2.1. 이어서 닿다. 2.2. 가까이 대하다. 2.3. 『수학』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또는 직선, 평면, 곡면이 다른 곡면과 한 점에서 만나다. 나는 '접하다'라는 단어를 쓸 때 항상 2.3. 을 생각했다. 서로 다른 두 개가 완전히 겹쳐지는 것은 아니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점에서 만나는 정도의 거리를 갖고 있는 상태를 생각하면서 '접하다'라는 단어를 썼다. 아마도 수학 문제를 많이 풀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

'다대기'는 어디서 온 말일까?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지요. 지난주에는 추워지며 눈이 많이 내렸는데 이럴 때는 따끈한 곰탕이나 순댓국 한그릇에 다대기를 풀어서 냠냠 먹으면~~ 추위가 싹 사라지겠죠?^^ 여기서 '다대기'라는 표현! 한자어인가?일본어인가? 아니면 순우리말? 헷갈리네요^^ 검색해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다대기'는 일본어 투 식생활 언어로 분류된다고 하네요. 일본어로 '두드리다'는 말을 뜻하는 다카키'에서 나왔다고 하고요. 그래서 ‘다짐’ 또는 ‘다진 양념’으로 순화하여 쓰도록 정했대요!! 그런데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함경도 지방에 냉면에 넣는 다진 고추가루 양념을 '다대기'라고 부르는 데서 왔다고 합니다. 함경도에서는 '다지다'를 '다디다'라고 발음하였고 따라서 다진 양념을 '다대기'라고 불렀기에 우리말이라는 의견..

'얇다'와 '두껍다', '굵다'와 '가늘다'

날씬한 친구에게 "너 정말 개미허리처럼 허리가 얇구나~"라고 한다면 맞는 표현일까요? 방송에서 연예인들도 그런 말들을 많이 하고 '얇다'와 '가늘다' 둘 다 혼용해서 사용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얇다'와'가늘다'라는 말을 잘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지 이번 포스팅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얇다'는 사전에서 두께가 두껍지 아니하다. 라는 뜻이고요. 여기서 ‘두께’는 두꺼운 정도를 의미하며, 한 면과 그에 평행한 맞은 면 사이의 너비를 말하는 단어입니다. 대체로 ‘두께가 있다/책 두께가 얇다’와 같이 쓰입니다. 영어로는 씬(thin)피자를 생각하면 이해가 바로 되네요. 반대로는 '두껍다'를 생각하시면 됩니다.'책 두께가 엄청 두껍다' 이렇게요. 또한 ‘굵다, ..

[단어선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예전에 '안녕'의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안녕'은 중국글자말인데 ‘편안할 안’에 ‘편안할 녕’자를 씁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安寧 그러니까 “안녕하세요”의 의미는 “편안하십니까”라는 의미입니다. 사전에 찾아보면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한자를 자세히 살펴봅시다. ‘편안할 안’ 자는 집에 여자가 있는 글자입니다. 옛날에는 집안일은 거의 다 여자가 했죠. 집에 여자가 있어야 집도 정리되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고 아이들도 잘 지내고 할 수 있으니까 집에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는 의미가 된 것 같습니다. ‘편안할 녕’ 자는 좀 복잡합니다. 집 안에 그릇이 있고 장정이 있고 마음이 들어 있는 글자입니다. 해석..

[단어선택] 낙엽/가랑잎

평소에는 단어에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내다가 글을 쓰게 되면 이 말 좀 이상한데 하고 생각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낙엽'입니다. 가을에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낙엽'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는 보통 "낙엽이 떨어진다"고 말을 하는데요. 낙엽을 이루고 있는 글자를 보면 '떨어질 낙'에 '잎 엽'입니다. 사전을 찾아봐도 '나무나 꽃으로부터 이미 떨어진 잎'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낙엽이 떨어진다"는 말은 "떨어진 잎이 떨어진다"는 이상한 말이 되어 버립니다. 별생각 없이 쓰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대충 다 알아듣지만 정확한 의미를 따지게 되면 말이 안 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낙엽이 떨어진다. 2. 가랑잎이 떨어진다. 그래서 1번 대신에 2번..

순화어 알아보기 2

얼마전 인터넷에서 옷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귀여운 땡땡이 무늬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리저리 살까 말까 혼자 고민고민 하다가 남편에게 이 '땡땡이 무늬' 어때?라고 물어봤는데 '땡땡이'라는 말이 혹시 일본식 표현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옷에 그려진 동그란 물방울 무늬를 가리켜 '땡땡이'라고 하지 않나요?나만 잘못 알았던 것인가?? 궁금증을 해결하려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일본 말에서 온 것이 맞네요. 일본 말 '덴텐(點點, てんてん)'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땡땡이가 되었다고 하고요. 무늬를 뜻하는 '가라(柄)'라는 일본 말을 붙여 '땡땡이 가라'라고도 많이 쓴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말을 순화해서는 우리말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찾아보니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물방울무늬'라고 사용하자고 하네요. ..

[바른글쓰기] '었었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 2"를 보면 '었었다'는 우리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증거를 일곱 가지나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었었다'는 예전에는 쓰지 않았던 말인데 어느 순간에 글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그러면 새로 만든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은 말느낌이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었었다'를 쓰고 있습니다. * 그는 토론회에 참석할 때 손바닥에 '왕'자를 썼었다. 제가 볼 때 위의 문장은 말느낌이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진짜 '었었다'로 쓰면 말느낌이 안 좋죠. *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밤마다 라면을 끓여 먹었었다. 위의 문장은 느낌이 안 좋습니다. 좀 바보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리석게 들립니다..

[바른글쓰기] '의'하지 맙시다

글을 쓰다 보면 습관처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처럼 쓰기 때문에 잘 모르다가도 자신이 쓴 글을 거듭 읽어 보면 자꾸 쓰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에 의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매우 편한 말입니다. A와 B의 관계를 정확하게 모를 때는 "A에 의해 B가 ~했다"는 식으로 쓰면 대충 말이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식 중국글자말투입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2권, 22) 일본말은 '의'라는 말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나의 살던 고향"식의 어구입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범죄와의 전쟁", "적과의 동침"과 같은 말에도 '의'가 참 많이 들어가는데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에 의해'라는 말도 일본스러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 의해"라는 말을..

[단어선택] 국민, 백성, 민중, 민초

제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지은 '공통체'라는 책을 읽으면서 '다중'이라는 말이 나와서 왜 이렇게 번역을 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다중多衆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을 뜻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다중이라는 말은 잘 쓰는 말은 아닙니다. 영어로 multitude를 다중으로 번역한 것인데 적절한 번역은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면 multitude는 무엇으로 번역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능한 단어는 국민, 백성, 민중, 민초와 같은 단어입니다. 저는 백성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백성이 지금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닌데 multitude를 번역하는 데는 다른 단어보다 백성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multitude는 단수로 취급될 수 없는 복..

[단어선택] '아쉽다'와 '안타깝다'

저는 '아쉽다'와 '안타깝다'가 좀 헷갈립니다. 저만 헷갈리나요? 비슷한 단어인 것 같은데 차이점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안타깝다: 애가 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1. [(명)이 (명)이/(동)어서] (사람이 어떤 대상이) 애가 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2. (기본 의미) [(명)이] (마음이) 일이 뜻대로 안되어 애가 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아쉽다: 없거나 모자라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1. (기본의미) [(명)이 (명)이] (사람이 무엇이) 없거나 모자라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2. [(명)이 (명)이] (사람이 일 따위가) 하고 싶지 않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 섭섭하고 서운하다. 이렇게 뜻을 보면 차이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특별히 2번 뜻의 경우에는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 끝차이? 한 끗차이? 바른 말은?

한 끝차이? 한 끗차이? 정답은 무엇일까요? 가끔 사용했던 말인데 아리송하네요~ '한 끝차이'로 썼던 것도 같고, '한 끗차이' 같기도 하고...... 정답은 ‘한 끗 차이’가 맞다고 하네요. 여기서 쓰인 ‘끗’은 의존명사로 화투같은 노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네요. 화투에서는 '1끗' '2끗' '3끗' 이런식으로 화투 두장의 수를 합친 뒷 자리만 셈하는 표현법이 있다고 해요. 4+2=6이면 6끗으로 표현된대요. 화투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죠? 그래서 한 끗차이는 숫자 1의 차이이며 그 차이가 미비하거나 대수롭지 않을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 끝차이'에서 ‘끝’은 우리가 생각하는 '끝'의 의미인 마지막 한계가 되는 곳, 순서의 마지막을 나타내기 때문에 ..

[단어선택] 차치하고 ~> 문제로 삼지 않고

'차치하다'는 말도 참 어려운 말입니다. 단어의 소리도 듣기 좋지 않습니다. '차치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차치하다 [且置--] 1. [주로 ‘~은 차치하고’의 구성으로 쓰여](무엇이 무엇을)내버려두고 문제를 삼지 않다 2. [주로 ‘~은 차치하고’의 구성으로 쓰여](무엇이 어떻게 할지)내버려두고 문제를 삼지 않다 중국글자를 살펴보면 '또 차'에 '둘 치'를 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글자로 정확하게 어떤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둔다는 말은 좀 이상하고요. 그냥 사전에 나온 의미를 보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사전에 나온 예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그의 주장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그 주장의 제기 방식이 문제이다. 2. 영화나 비디오가 사회..

주기도문으로 응답하라

최고의 기도를 설명하는 최고의 책. 이처럼 쉽고 간략하게 주기도문을 설명한 책은 없다. 주기도문으로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 http://aladin.kr/p/RMivn 주기도문으로 응답하라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용서와 우리의 용서 사이의 관계, 악의 문제 등 어려운 주제들이 가득한 주기도문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주기도문의 의미를 분명하 www.aladin.co.kr

[단어선택] 초미의 관심사?

"초미의 관심사"는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저도 종종 이 말을 쓰기는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썼습니다. 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초미(焦眉): (주로 ‘초미의’의 꼴로 쓰여)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매우 위급함을 이르는 말. 출전은 불교의 《오등회원(五燈會元)》이다. 그스를 초, 눈썹 미를 씁니다. 그러니까 초미의 관심사는 매우 급한 관심사라는 뜻입니다. 눈썹이 타고 있다면 관심을 빨리 가져야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저는 '초미'라는 말과 '관심'이라는 말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눈썹이 타고 있다면 빨리 꺼야 할 일이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은 아닐 텐데요..

[바른글쓰기]'이/가'의 쓰임새(격조사/보조사)

'이/가'는 보통 격조사로 씁니다. 명사에 '이/가'가 붙으면 주격이 됩니다. * 내가 사이다를 마시고 싶다. '내' 다음에 쓴 '가'는 격조사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가'는 주격 조사입니다. 주격 조사가 있다면 목적격 조사도 있겠죠? 네, '을/를'이 목적격 조사입니다. '사이다' 다음에 나온 '를'이 바로 목적겨 조사입니다. 우리가 다 기본으로 알고 있는 것인데요. '을/를'이 격조사만 쓰이는 반면에 '이/가'는 격조사가 아닌 보조사로도 사용됩니다. * 사이다가 마시고 싶다. '사이다' 뒤에 나온 '가'를 격조사로 생각하면 이 문장은 틀린 문장입니다. 사이다를 마시고 싶어야지, 사이다가 주체가 되면 안 되죠. 하지만 여기에 쓰인 '가'는 격조사가 아닌 보조사입니다. '이/가'가 보조사로 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