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접하다 vs. 만나다/읽다/보다/듣다/맞닿다

그바람대표 2023. 2. 8. 06:51

'접하다'라는 단어는 자주 쓸 수 있는 단어이다. 여러 가지 뜻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한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접하다의 뜻은 모두 다섯 가지이다. 

 

1.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1.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2.1. 이어서 닿다.

2.2. 가까이 대하다.

2.3. 『수학』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또는 직선, 평면, 곡면이 다른 곡면과 한 점에서 만나다.

 

나는 '접하다'라는 단어를 쓸 때 항상 2.3. 을 생각했다. 서로 다른 두 개가 완전히 겹쳐지는 것은 아니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점에서 만나는 정도의 거리를 갖고 있는 상태를 생각하면서 '접하다'라는 단어를 썼다. 아마도 수학 문제를 많이 풀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보통 가장 많이 쓰는 뜻은 1.1. 일 것이다. 

 

* 나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 그들은 휘황찬란한 쇼를 접했다. 

 

'접하다'라는 단어가 편한 이유는 보거나 듣거나 잃거나 만난 것을 모조리 다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접하다'는 接(접)에 '하다'를 붙여서 만든 동사이다. 接은 접할 접, 이을 접, 사귈 접이다. 일단 중국글자로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에 그냥 말로 들어서는 모호하게 들리는 단점이 있다. '접하다'  대신에 더 구체적인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 

 

* 나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 그들은 휘황찬란한 쇼를 보았다.

 

본 것은 보았다고 하고, 들은 것은 들었다고 바꿔주면 훨씬 구체적인 표현이 된다. 

 

만약에 "2.1. 이어서 닿다"나 "2.2. 가까이 대하다"의 뜻으로 쓸 때는 '접하다' 대신에 '맞닿다'를 쓰면 좋을 것 같다. 

 

* 히말라야 산맥의 중턱에 형성된 그 마을은 하늘에 접해 있다.

* 히말라야 산맥의 중턱에 형성된 그 마을은 하늘에 맞닿아 있다. 

 

* 그 마을은 바다에 접해 있다. 

* 그 마을은 바다에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