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처하다/놓이다/빠지다

그바람대표 2023. 2. 10. 19:06

'처하다'는 동사는 우리말일까? 왠지 우리말일 것도 같은 동사이다. 그러나 '처하다'(處하다)는 중국글자말인 '곳 처'處에 우리말 '하다'가 더해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말이다. 어떤 장소에 있다는 뜻도 아니고 있도록 된다는 의미로 '하다'가 붙은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식의 동사가 꽤 많이 있다. 중국글자로 된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동사가 된 단어가 많이 있는데 할 수만 있다면 순우리말로 바꾸어서 말하면 좋겠다. 단지 우리말을 쓰자고 그러는 것은 아니고 첫 번째 이유는 중국글자는 음만 가지고는 정확한 뜻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유식한 척하기 위해서 중국글자말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중국글자말 대신 우리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처하다'의 뜻과 예문은 다음과 같다. 

 

「1」 【…에】 어떤 형편이나 처지에 놓이다.

1.1.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
1.2. 위기에 처하다.
1.3.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다.

「2」 【…을 …에】 어떤 책벌이나 형벌에 놓이게 하다.

2.1. 살인범을 사형에 처했다.
2.2.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2.2. 사도로서 혹세무민한다고 교주를 교수형에 처하고 조정이 지금까지 탄압해 오고 있는 것이 동학이다.≪유현종, 들불≫

 

1번의 뜻으로 쓰인 '처하다'는 다음과 같이 바꾸면 될 것 같다. 

 

1.1. 멸종 위기에 놓이 야생 동물. 

1.2. 위기에 빠지다.

1.3.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빠지다.

 

이렇게 바꾸니 단어의 의미가 훨씬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문제는 2번 뜻으로 쓰인 '처하다'이다. 사형에 처하다, 엄벌에 처하다, 교수형에 처하다와 같은 문장에 쓰인 '처하다'는 무엇으로 바꾸어야 할까? 얼핏 좋은 낱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벌은 내리면 될 것 같은데... 사형에 처하다, 교수형에 처하다가 워낙 자주 쓰는 말이라서 어떻게 고쳐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