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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쓰기] 문단의 구성_한 문단은 하나의 생각이다

* Wayne C. Booth 외 지음 The Craft of Research (3rd Edition, p.108-118)의 내용을 기반으로 Booth는 이 부분의 제목을 Making Good Arguments라고 정했습니다. 번역하면 좋은 주장 만들기 정도가 되겠지만, 좋은 주장을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문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문단은 하나의 주장을 담고 있어야 하고, 하나의 주장은 주장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의 문단이 그 구성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주장 만들기'는 '좋은 문단 만들기'와 같은 말입니다. Booth가 주장하는 좋은 주장의 구성 요소는 주장, 이유 reason, 증거 evidence입니다..

[올바른단어] 목표와 목적의 차이

목표目標와 목적目的은 서로 비슷한 단어입니다. 구성하고 있는 중국글자를 보면 거의 같은 뜻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목표의 표는 '표 표'이고 목적의 적은 '과녁 적'입니다. 과녁을 일종의 표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글자만 봐서는 잘 분간이 안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목표 1.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으로 삼음. 또는 그 대상. 2. 도달해야 할 곳을 목적으로 삼음. 또는 목적으로 삼아 도달해야 할 곳. 3. 행동을 취하여 이루려는 최후의 대상. 목표는 지향해서 나아가야 하는 대상 자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한편 목적은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적 1.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 2.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의 관념..

[올바른단어] 만에 하나/만의 하나

글을 쓰다 보면 헷갈리는 단어가 있다. 평소에는 모르고 막 써도 되는데 글로 쓸 때 이게 맞나 하고 생각해야 하는 단어들이 종종 있는데 '만에 하나'도 그중에 하나다. 말로 할 때는 '만에 하나'와 '만의 하나'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사로 쓰는 '의'를 '에'로 발음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의 하나'를 '만에 하나'로 발음하면 틀린 것일까? 아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 '의'를 '에'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한다. '의'의 발음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우리는 잘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어차피 대충 말해도 다 알아듣기 때문이다. '의'를 '에'나 '이'로 발음해도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만의 하나'나 '만에 하나'는 거의 똑같이 발음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쓸 때는 다르다. 엄연히..

[단어선택] 자존심과 자존감

자존심과 자존감은 거의 같은 단어이다. 마지막 한 글자만 다르다. 자존심은 마지막에 '마음 심'을 쓰고 있고 자존감은 마지막에 '느낄 감'을 쓰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자존심은 다음과 같이 한 가지 뜻으로 나와 있다. 자존심 自尊心 :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안타깝게도 자존감은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다.(2023년 8월 2일 기준) 그래서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뜻으로 나와 있다. 자존감 自尊感 :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이와 같이 사전을 찾아보면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거의 알 수 없다. 구글에서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로 검색해 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사이트를 참고해 보자. (https://m.hankooki..

[단어선택] 도덕과 윤리의 차이

도덕과 윤리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말입니다. 도덕과 윤리 모두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선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법과 같은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도덕과 윤리를 지킬 때 또는 지키려고 노력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단어는 서로 비슷한 말입니다. 두 단어의 차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도덕은 비공식적인 선의 기준이고 윤리는 공식적인 선의 기준입니다. 도덕이나 윤리를 지키지 않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응당 지켜야 할 도덕이 있고 윤리 의식이라는 것이 있어야 함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도덕과 윤리 중에서 지키지 않았을 때 더 심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윤리입니다. 도덕은 모호하..

[단어선택] 운명 vs. 숙명_숙명은 거의 없다

운명과 숙명은 그 의미가 거의 같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사실 그 미묘한 차이가 굉장히 중요하다. 운명과 숙명 둘 다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그 무엇을 의미한다. 하지만 운명은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숙명은 바뀔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거대한 무엇을 운명이라고 느낀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고, 숙명이라고 느낀다면 도저히 그것을 피할 수 없고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운명運命 「1」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명, 명운. - 운명에 맡기다. -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부딪히다. - 그는 딸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2」 앞으로의 생사나 존망에..

[바른글쓰기] 맞히다 vs. 맞추다

맞히다와 맞추다는 당연히 다른 단어이다. 잘 구분해서 써야 하는데 헷갈릴 때가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맞히다"를 찾으면 다음과 같다. 맞히다 문제에 대한 답을 틀리지 않게 하다. ‘맞다’의 사동사. - 정답을 맞히다. -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맞히면 상품을 드립니다. - 나는 열 문제 중에서 겨우 세 개만 맞혀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었다. 주로 정답을 맞히다라는 문장으로 자주 쓴다. "정답을 맞혀 주세요"라고 써야 맞다. 그런데 "정답을 맞춰 주세요"라고 쓸 때가 꽤 많이 있다. 이렇게 헷갈리는 이유는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답을 맞혀 주세요"와 "정답을 맞춰 주세요"를 발음해 보면 두 문장은 거의 비슷하게 발음이 된다. 그러다 정답을 맞힐 때는 맞히다라는 동사를 써야 한다. 맞다의 사..

[바른글쓰기] '에의'에서 '의'를 빼자

글을 읽다 보면 거슬리는 말들이 있다. 그중에서 특별히 거슬리는 말 중 하나가 아무 때나 막 들어가 있는 '의'이다. 조사 뒤에 붙어 있는 '의'는 거의 다 문제가 있는 '의'이다. 일본식 표기인데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책 제목으로 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에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에의 : 앞말이 처소나 시간, 대상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에’를 관형어로 나타내는 격 조사. 격 조사 ‘에’와 격 조사 ‘의’가 결합한 말이다. - 만찬회에의 초대. - 어린이들은 내일에의 희망이다. - 해외 시장에의 진출이 앞당겨질 것 같다. '에의'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기 때문에 이 말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에의'라는 표현은 주로 글말에..

[단어선택] 처하다/놓이다/빠지다

'처하다'는 동사는 우리말일까? 왠지 우리말일 것도 같은 동사이다. 그러나 '처하다'(處하다)는 중국글자말인 '곳 처'處에 우리말 '하다'가 더해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말이다. 어떤 장소에 있다는 뜻도 아니고 있도록 된다는 의미로 '하다'가 붙은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식의 동사가 꽤 많이 있다. 중국글자로 된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동사가 된 단어가 많이 있는데 할 수만 있다면 순우리말로 바꾸어서 말하면 좋겠다. 단지 우리말을 쓰자고 그러는 것은 아니고 첫 번째 이유는 중국글자는 음만 가지고는 정확한 뜻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유식한 척하기 위해서 중국글자말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중국글자말 대신 우리말..

[단어선택] 접하다 vs. 만나다/읽다/보다/듣다/맞닿다

'접하다'라는 단어는 자주 쓸 수 있는 단어이다. 여러 가지 뜻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한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접하다의 뜻은 모두 다섯 가지이다. 1.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1.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2.1. 이어서 닿다. 2.2. 가까이 대하다. 2.3. 『수학』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또는 직선, 평면, 곡면이 다른 곡면과 한 점에서 만나다. 나는 '접하다'라는 단어를 쓸 때 항상 2.3. 을 생각했다. 서로 다른 두 개가 완전히 겹쳐지는 것은 아니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점에서 만나는 정도의 거리를 갖고 있는 상태를 생각하면서 '접하다'라는 단어를 썼다. 아마도 수학 문제를 많이 풀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

[단어선택] 세계/세상_세상은 세계보다 더 크다

세계와 세상은 참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쓰다 보면 어떤 곳은 세계라는 말이 어울리고 어떤 곳에는 세상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세계와 세상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世界 「1」 지구상의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 「2」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3」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 세상世上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예문을 가지고 생각해 봅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세계'에 나와 있는 예문입니다. 1. 세계 10대 문화 유적. 2. 세계 ..

[단어선택] 저해/방해_방해하지 마!

글을 쓰다 보면 습관적으로 쓰게 됩니다. 단어의 뜻을 잘 모른 채 쓸 때가 많습니다. 단어들을 자꾸 같이 쓰다 보면 두 단어를 같이 쓰는 것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공부할 때 방해하지 마"라는 말은 매우 적절한 표현입니다. "공부할 때 저해하지 마"라고 말한다면 어색하죠. 또 다른 예로 "자유를 저해하는"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자유를 방해하는"이라는 표현은 어떤가요? 이것 역시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해와 방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저해하다( 沮害하다) : 막아서 못 하도록 해치다. 창의력 계발을 저해하다. 발전을 저해하다. 개인이건 민족이건 생존을 저해하고 압박하는 것은 죄악이며, 근본적으로 부조리다.≪박경리, 토지≫ - 표준국어대..

귓등?귀뜸?귀띔? 헷갈리는 단어들

안녕하세요~글쓰기교실 포스팅이 너무 오래간만이네요~~~ (조금 반성하면서^^;) 알쏭달쏭한 단어를 만나서 제대로 알기 위해 글을 작성해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편을 나누어 보드게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승리를 목표로 게임을 이기는 방법이나 전략들을 게임중간중간에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자! 내가 미리 귀뜸해주는 거야. 다음 차례엔 이렇게~저렇게~해봐!"하고 말하곤 했었는데요~ 이 때 사용한 '귀뜸'이라는 단어가 귓등인지?귀뜸인지?귀띔이 맞는 단어인지? 갑자기 알쏭달쏭해지면서 헷갈리더라고요. 그동안은 '귀뜸'으로 사용하곤 했었는데........(살짝 불안해졌어요^^) 사전을 찾아보니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미리 슬그머니 일깨워 주는 것'을 '귀띔'이라고 한다고 하..

[단어선택] 걱정, 근심, 염려 그리고 불안

세상살이에 걱정과 근심이 많습니다. 걱정과 근심은 정확하게 어떤 뜻일까요? 비슷한 말이기는 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걱정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걱정 1. (기본 의미)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움. 2. 아랫사람의 잘못을 나무라는 말. 걱정이 우리말인 것을 알 수 있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뜻 말고도 아랫사람의 잘못을 나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걱정의 기본 의미는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심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함. 또는 그러한 마음. 근심의 뜻을 보면 걱정과 거의 비슷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글자말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우리말입니다. '마음 심'을 쓸 것 같은..

[단어의뜻] 별천지는 어떤 세상인가?

오늘 글을 쓰다가 '별천지'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별천지는 어떤 세상인지.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별천지 [別天地] :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저는 이제까지 '별천지' 하면 별star이 가득 차 있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이 단어를 썼는데, 그 별이 아니었습니다. '별천지'의 '별'은 '다를 별'을 씁니다. 그러니까 '별천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보통 세상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다른 세상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면 좋은 의미로 다를 수도 있고 나쁜 의미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중국글자만을 보면 천국도 별천지가 될 수 있고 지옥도 별천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천지는 ..

[오늘의문장] 배꼽이 터지도록_2022년 7월 17일

진영은 배꼽이 터지도록 밤하늘을 보고 웃고 싶었다. (박경리 "불신시대" 중에서) 미치도록 더울 것 같았던 날씨는 예상을 뒤엎고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다. 누가 선방하고 있는지 그 주체는 잘 모르겠다. 지구가 그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가 그러고 있는 것인지.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다니까 날씨가 더워지는 것이 정상인 것 같기도 하고. 날씨가 더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또 좀 불안하기도 하다. 뭔가 더 큰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배꼽이 터지도록 웃는 것은 어떤 것일까? 숨을 못 쉴 정도로 웃었던 기억은 어렴풋하게 나는데 열심히 웃다가 배꼽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은 없다. 재밌는 표현이다. 배꼽이 터지도록 밤하늘을 보고 웃고 싶다.... 웃다가 배꼽이 터져서 죽고 싶다는 말인가?..

오늘의 문장 2022.07.17

[오늘의문장] 뚜왕_2022년 7월 14일

가마 속에서 갑자기 뚜왕! 뚜왕! 하고 독 튀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중에서) 독 짓는 늙은이 송 영감이 독을 만들어서 가마에서 굽는데 그가 만든 독이 깨지는 소리를 황순원 작가은 "뚜왕"이라는 의성어로 표현했다. "뚜왕"이라는 말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그런데 너무 잘 표현한 말이다. 진짜 커다란 독이 터질 때 나는 소리 같다. 아마 이 단어를 생각해내느라 고심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매우 결정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뚜왕"은 독 짓는 늙은이의 가슴에 대고 쏘는 총소리와 같은 것이다. 이 소리를 들으면서 송 영감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독을 만들어 내다 팔아서 지금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송 영감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뚜왕! 뚜왕! 소리를..

오늘의 문장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