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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글쓰기] 미명하에 -> 허울 좋은 이름으로

우리는 중국글자말투를 많이 씁니다. 어려운 글이 어려운 이유는 내용이 복잡하고 심오한 것도 있지만 말투가 너무 이상해서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중국글자말투나 일본말을 많이 쓰는데 이것은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글을 써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없애야 하는 중국글자말투로는 -적, -화, -하, -상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적'은 전에도 자세하게 말했는데, 매우 자주 쓰는 말입니다. 오늘은 '-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최근에 지구촌이란 미명 아래 여러 지역의 문화가 일정한 형태로 규격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사전에서 '미명'을 찾으면 예문으로 나오는 문장입니다. 미명美名은 '아름다울 미'에 '이름 명'을 씁니다. 이 문장은 말이 되는 ..

[단어선택] 붉다/빨갛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한 해 동안 자신을 스쳐갔던 바람을 모아서 불을 피우듯 단풍나무는 붉게 물드나 봅니다." - 빗속을 걸어라, p.22 - 가을의 색깔은 참으로 찬란합니다. 그 이유는 울긋불긋 단풍 때문이죠. 1. 단풍나무의 잎은 가을이면 붉게 물듭니다. 2. 단풍나무의 잎은 가을이면 빨갛게 물듭니다. 1번과 2번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한 표현은 1번입니다. 붉다와 빨갛다는 똑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붉다는 불에서 유래한 말이며 붉다->발갛다 -> 빨갛다 로 된 것입니다. 빨갛다는 붉다에서 나온 말이기는 한데, 붉다는 빨갛다를 포함합니다. 빨갛다는 눈에 보이는 빨간 색깔만을 표현하는 말인 반면에 붉다는 눈에 보이는 색깔뿐만 아니라 불의 따뜻한 속성도 포함합니다. 불은 빨간..

'얇다'와 '두껍다', '굵다'와 '가늘다'

날씬한 친구에게 "너 정말 개미허리처럼 허리가 얇구나~"라고 한다면 맞는 표현일까요? 방송에서 연예인들도 그런 말들을 많이 하고 '얇다'와 '가늘다' 둘 다 혼용해서 사용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얇다'와'가늘다'라는 말을 잘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지 이번 포스팅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얇다'는 사전에서 두께가 두껍지 아니하다. 라는 뜻이고요. 여기서 ‘두께’는 두꺼운 정도를 의미하며, 한 면과 그에 평행한 맞은 면 사이의 너비를 말하는 단어입니다. 대체로 ‘두께가 있다/책 두께가 얇다’와 같이 쓰입니다. 영어로는 씬(thin)피자를 생각하면 이해가 바로 되네요. 반대로는 '두껍다'를 생각하시면 됩니다.'책 두께가 엄청 두껍다' 이렇게요. 또한 ‘굵다, ..

[그바람일기] 인스타그램 광고 별 효과 없는 듯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계속 광고하라고 15,000원 광고 크레딧 있다고 광고하라고 계속 꼬시더라고요. 그래서 만 오천 원의 광고비를 무료로 지원해 준다니까 혹해서 클릭을 해봤습니다. 특정 게시물을 지정해서 광고비를 내면 그 게시물의 노출 빈도를 높여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스타에 팔로워가 늘지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버튼을 눌러 다음으로 진행해봤습니다. 일단 기본이 6일 간 광고 노출로 되어 있었고 광고비는 30000원이었습니다. 만 오천 원은 무료로 해줄 테니 만 오천 원 내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광고 노출 기간을 3일로 줄여서 15000원만 지출하는 걸로 조정하고 계속 진행했습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했고요. 검토 후 광고를 해주겠다..

그바람 일기 2021.11.02

[단어선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예전에 '안녕'의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안녕'은 중국글자말인데 ‘편안할 안’에 ‘편안할 녕’자를 씁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安寧 그러니까 “안녕하세요”의 의미는 “편안하십니까”라는 의미입니다. 사전에 찾아보면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한자를 자세히 살펴봅시다. ‘편안할 안’ 자는 집에 여자가 있는 글자입니다. 옛날에는 집안일은 거의 다 여자가 했죠. 집에 여자가 있어야 집도 정리되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고 아이들도 잘 지내고 할 수 있으니까 집에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는 의미가 된 것 같습니다. ‘편안할 녕’ 자는 좀 복잡합니다. 집 안에 그릇이 있고 장정이 있고 마음이 들어 있는 글자입니다. 해석..

[단어선택] 낙엽/가랑잎

평소에는 단어에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내다가 글을 쓰게 되면 이 말 좀 이상한데 하고 생각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낙엽'입니다. 가을에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낙엽'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는 보통 "낙엽이 떨어진다"고 말을 하는데요. 낙엽을 이루고 있는 글자를 보면 '떨어질 낙'에 '잎 엽'입니다. 사전을 찾아봐도 '나무나 꽃으로부터 이미 떨어진 잎'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낙엽이 떨어진다"는 말은 "떨어진 잎이 떨어진다"는 이상한 말이 되어 버립니다. 별생각 없이 쓰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대충 다 알아듣지만 정확한 의미를 따지게 되면 말이 안 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낙엽이 떨어진다. 2. 가랑잎이 떨어진다. 그래서 1번 대신에 2번..

순화어 알아보기 2

얼마전 인터넷에서 옷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귀여운 땡땡이 무늬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리저리 살까 말까 혼자 고민고민 하다가 남편에게 이 '땡땡이 무늬' 어때?라고 물어봤는데 '땡땡이'라는 말이 혹시 일본식 표현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옷에 그려진 동그란 물방울 무늬를 가리켜 '땡땡이'라고 하지 않나요?나만 잘못 알았던 것인가?? 궁금증을 해결하려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일본 말에서 온 것이 맞네요. 일본 말 '덴텐(點點, てんてん)'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땡땡이가 되었다고 하고요. 무늬를 뜻하는 '가라(柄)'라는 일본 말을 붙여 '땡땡이 가라'라고도 많이 쓴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말을 순화해서는 우리말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찾아보니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물방울무늬'라고 사용하자고 하네요. ..

[바른글쓰기] '었었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 2"를 보면 '었었다'는 우리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증거를 일곱 가지나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었었다'는 예전에는 쓰지 않았던 말인데 어느 순간에 글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그러면 새로 만든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은 말느낌이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었었다'를 쓰고 있습니다. * 그는 토론회에 참석할 때 손바닥에 '왕'자를 썼었다. 제가 볼 때 위의 문장은 말느낌이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진짜 '었었다'로 쓰면 말느낌이 안 좋죠. *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밤마다 라면을 끓여 먹었었다. 위의 문장은 느낌이 안 좋습니다. 좀 바보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리석게 들립니다..

[바른글쓰기] '의'하지 맙시다

글을 쓰다 보면 습관처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처럼 쓰기 때문에 잘 모르다가도 자신이 쓴 글을 거듭 읽어 보면 자꾸 쓰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에 의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매우 편한 말입니다. A와 B의 관계를 정확하게 모를 때는 "A에 의해 B가 ~했다"는 식으로 쓰면 대충 말이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식 중국글자말투입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2권, 22) 일본말은 '의'라는 말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나의 살던 고향"식의 어구입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범죄와의 전쟁", "적과의 동침"과 같은 말에도 '의'가 참 많이 들어가는데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에 의해'라는 말도 일본스러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 의해"라는 말을..

순화어 알아보기

지난 7월 포스팅에서 순화어에 대해서 한번 글을 작성했던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순화어에 대해 조금 더 조사를 해 보았는데요. 생각보다 외래어로 대체되어 사용하는 말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말들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매일매일 더 추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요. 2019년 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정말 많이 바뀌었죠? 이제는 식당이나, 건물 어디를 가든지 QR체크인은 기본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서 잠깐!!! QR체크인에서 QR의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하시나요?요즘은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것인데 정작 저도 정확한 의미도 모른채 사용하고 있었네요. 열심히 검색을 해보니 QR은 덴소 웨이브의 등록 상표인 'Quick Response'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단어선택] '불리다' 대신 '하다'

글을 읽다 보면 '불리다'라는 표현을 정말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괴물이라 불렸다." 보통 이런 식으로 '불리다', '불렸다'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쓸 때마다 좀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단어는 수동태의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 글을 쓰든 아니면 영어로 글을 쓰든 수동태의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배웁니다. 왜냐하면 수동태로 쓰면 주체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사의 주체를 모르면 글이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주체를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어가 행동을 하는 능동형의 동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불리다'는 능동으로 쓰면 '부르다'로 써야 하는데요. 위의 문장을 바꾸어 보면 이렇죠. "사람들이 그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좀 나은 것 같기는 한데, 문..

오랜만이야? 오랫만이야?

오랜만이야. 혹은 오랫만이야. 둘 중 맞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사실 편지나 카드를 쓸 때 이 표현이 헷갈렸던 적이 있어서 그냥 저는 오래간만이야. 라고 썼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확한 표현으로는 ‘오랜만이야'가 맞다고 합니다.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이어서 표기는 '오랜만'으로 해야 하고요. 예를 들자면 "오랜만에 선생님을 뵈어서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정말 좋다." 이렇게 사용할 수 있겠죠? 그럼 제가 헷갈려서 잘 모르고 사용했던 표현 "오래간만이야."도 맞았던 거네요^^ '간만'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라고 알려주네요. 그러니 '오래간만'은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인거고요. 저는 오늘 '오랜..

[단어선택] '전염병'과 '감염병'

분명히 제가 어렸을 때는 감염병이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전염병이라고 불렀죠. 그래서 저도 코로나19를 전염병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자꾸 듣다 보니 전문가들이 나와서 코로나19를 말할 때 다들 감염병이라고 말을 하고 전염병이라는 말을 안 쓰는 겁니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해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전염병 대신에 감염병이라는 말을 쓰기로 2009년에 이미 결정이 되어서 관련 법률 및 의학 용어를 모두 감염병으로 고쳤다고 합니다. 10년 전 일이네요. 그래서 전염병 대신에 감염병이라는 말을 썼던 것이지요. 전염병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옛날 사람'인 것이죠. 감염병은 전염성 질환과 비전염성 질환을 모두 포함하는 말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하여 발생..

[단어선택] 국민, 백성, 민중, 민초

제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지은 '공통체'라는 책을 읽으면서 '다중'이라는 말이 나와서 왜 이렇게 번역을 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다중多衆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을 뜻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다중이라는 말은 잘 쓰는 말은 아닙니다. 영어로 multitude를 다중으로 번역한 것인데 적절한 번역은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면 multitude는 무엇으로 번역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능한 단어는 국민, 백성, 민중, 민초와 같은 단어입니다. 저는 백성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백성이 지금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닌데 multitude를 번역하는 데는 다른 단어보다 백성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multitude는 단수로 취급될 수 없는 복..

[단어선택] '아쉽다'와 '안타깝다'

저는 '아쉽다'와 '안타깝다'가 좀 헷갈립니다. 저만 헷갈리나요? 비슷한 단어인 것 같은데 차이점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안타깝다: 애가 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1. [(명)이 (명)이/(동)어서] (사람이 어떤 대상이) 애가 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2. (기본 의미) [(명)이] (마음이) 일이 뜻대로 안되어 애가 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아쉽다: 없거나 모자라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1. (기본의미) [(명)이 (명)이] (사람이 무엇이) 없거나 모자라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2. [(명)이 (명)이] (사람이 일 따위가) 하고 싶지 않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 섭섭하고 서운하다. 이렇게 뜻을 보면 차이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특별히 2번 뜻의 경우에는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 끝차이? 한 끗차이? 바른 말은?

한 끝차이? 한 끗차이? 정답은 무엇일까요? 가끔 사용했던 말인데 아리송하네요~ '한 끝차이'로 썼던 것도 같고, '한 끗차이' 같기도 하고...... 정답은 ‘한 끗 차이’가 맞다고 하네요. 여기서 쓰인 ‘끗’은 의존명사로 화투같은 노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네요. 화투에서는 '1끗' '2끗' '3끗' 이런식으로 화투 두장의 수를 합친 뒷 자리만 셈하는 표현법이 있다고 해요. 4+2=6이면 6끗으로 표현된대요. 화투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죠? 그래서 한 끗차이는 숫자 1의 차이이며 그 차이가 미비하거나 대수롭지 않을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 끝차이'에서 ‘끝’은 우리가 생각하는 '끝'의 의미인 마지막 한계가 되는 곳, 순서의 마지막을 나타내기 때문에 ..

[단어선택] '끝내다' 와 '마치다'

1. 저는 10년 동안 공부를 한 끝에 비로소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2. 저는 10년 동안 공부를 한 끝에 비로소 박사 과정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위의 문장 중 어떤 것이 더 적절할까요? 정답은 1번입니다. 2번도 아주 어색하지는 않지만 '마치다'와 '끝내다'의 단어의 쓰임으로 볼 때 정해진 공부 과정의 종결을 의미할 때는 '마치다'가 더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의지가 미칠 수 있는 일에는 '끝내다'가, 그렇지 않은 일에는 '마치다'가 어울린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낱말편 1, p.187) '마친다'가 순응적이고 소극적이라면, '끝낸다'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어감이 담겨 있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낱말편 1, p.189) 그런데 위의 설명을 보면 박사 과정을 끝낸다는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