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바람대표 2021. 10. 23. 23:12

예전에 '안녕'의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안녕'은 중국글자말인데 ‘편안할 안’에 ‘편안할 녕’자를 씁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安寧

 

그러니까 “안녕하세요”의 의미는 “편안하십니까”라는 의미입니다. 사전에 찾아보면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한자를 자세히 살펴봅시다. ‘편안할 안’ 자는 집에 여자가 있는 글자입니다. 옛날에는 집안일은 거의 다 여자가 했죠. 집에 여자가 있어야 집도 정리되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고 아이들도 잘 지내고 할 수 있으니까 집에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는 의미가 된 것 같습니다. ‘편안할 녕’ 자는 좀 복잡합니다. 집 안에 그릇이 있고 장정이 있고 마음이 들어 있는 글자입니다. 해석을 해 보면 집에서 장정이 그릇을 다 비웠을 때 느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배고픈 사내가 집에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을 편안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녕이 되게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안녕을 풀어서 말하면 “집 안에 살림하는 사람이 있어서 잘 정리가 되어 있고 아이들도 돌봄을 받고 있고 밥 굶는 일 없이 삼시세끼 잘 드시고 계시죠”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항상 하는 인사말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격식을 갖추게 되었을까'라고 말이죠. 발음하기도 어렵습니다. 쉬운 발음이 아닙니다. "안냐세요?" 정도면 편할 것 같은데요.  

 

 

알고 보니 '안녕'이라는 말은 해방 후에 학교 교과서에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말이라고 합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76) 서울의 양반들이 글에서 쓰던 단어이고 보통 사람들은 '안녕'이라는 말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도 1학년 때 처음 국어를 배울 때 "철수야, 안녕. 영희야, 안녕."이라는 말을 배운 기억이 나는데요. 그래서 안녕이라는 말이 퍼지고 그 말로 인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원래 어떤 인사를 했냐면,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반갑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안녕은 이성적이고 격식을 갖춘 말인데 반갑다는 인사는 훨씬 더 감정이 살아 있는 인사입니다. 헤어질 때는 "잘 가세요" "살펴 가세요" "편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쉽고 느낌이 확 오는 인사입니다. 

 

안녕을 워낙 많이 쓰니까 짧은 시간에 확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서서히 바꿔 나가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대신 "반갑습니다"로.

"안녕히 계세요" 대신 "편히 계세요"로.

"안녕히 가세요" 대신 "잘 가세요."로.

 

생각해 보니 잘 모르는 사람끼리 인사할 때는 "반갑습니다"로 인사하는 게 이상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안녕하세요"로 격식을 차리는 게 맞을 것 같네요. 하지만 친한 사이라면 "반갑습니다" "반가워요"로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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