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낙엽/가랑잎

그바람대표 2021. 10. 17. 20:54

평소에는 단어에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내다가 글을 쓰게 되면 이 말 좀 이상한데 하고 생각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낙엽'입니다. 가을에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낙엽'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는 보통 "낙엽이 떨어진다"고 말을 하는데요. 낙엽을 이루고 있는 글자를 보면 '떨어질 낙'에 '잎 엽'입니다. 사전을 찾아봐도 '나무나 꽃으로부터 이미 떨어진 잎'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낙엽이 떨어진다"는 말은 "떨어진 잎이 떨어진다"는 이상한 말이 되어 버립니다. 별생각 없이 쓰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대충 다 알아듣지만 정확한 의미를 따지게 되면 말이 안 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낙엽이 떨어진다.

2. 가랑잎이 떨어진다.

 

 

그래서 1번 대신에 2번으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랑잎은 우리말입니다. 사전에 찾아보면 "활엽수의 마른 잎"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단풍잎은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든 잎을 일컫는 말인데요. 단풍잎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단풍잎도 말라야 떨어지게 되죠. 그러니까 가랑잎은 마른 단풍잎도 포함하는 말입니다. 가랑잎 중에는 단풍이 든 잎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잎도 있겠죠. 가랑잎이 떨어지면 낙엽이 됩니다. 가랑잎의 어원을 찾아보니까 '가랑'이라는 말이 '갈'+'앙'으로 이루어진 말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더라고요. '갈'은 '마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갈증이나 갈하다의 중국글자 '갈'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생각으로는 가랑잎의 '가랑'은 가을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가을에 볼 수 있는 잎이어서 가랑잎이라고 했을 것도 같고요. 사전에 나온 의미로 보면 '가랑'이 마른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혹시 가랑잎과 가랑비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똑같은 글자니까 같은 의미일 수도 있겠다 하고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가랑잎'의 '가랑'이 마르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가랑비'의 '가랑'과는 다를 것 같기는 했습니다. '가랑비'의 '가랑'은 안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안개를 순우리말로 예전에 '가라'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랑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가랑잎'과 '가랑비'는 서로 별 상관이 없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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