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자존심과 자존감

그바람대표 2023. 8. 2. 05:44

자존심과 자존감은 거의 같은 단어이다. 마지막 한 글자만 다르다. 자존심은 마지막에 '마음 심'을 쓰고 있고 자존감은 마지막에 '느낄 감'을 쓰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자존심은 다음과 같이 한 가지 뜻으로 나와 있다. 

 

자존심 自尊心 :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안타깝게도 자존감은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다.(2023년 8월 2일 기준) 그래서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뜻으로 나와 있다. 

 

자존감 自尊感 :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이와 같이 사전을 찾아보면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거의 알 수 없다. 구글에서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로 검색해 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사이트를 참고해 보자.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91516050000007) 한국일보 라이프에 나온 내용을 참고해 보면 자존심은 "타인에게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타인과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심리학 쪽에서 사용하는 뜻으로 보인다. 물론 단어라는 것이 정의하기 나름인데 결국 마지막에 "~하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둘 다 마음 심으로 끝나야 하지 않을까? 

 

옥스퍼드 영영사전을 찾아보면 자존심pride이 여러 가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 [uncountable, singular] a feeling of being pleased or satisfied that you get when you or people who are connected with you have done something well or own something that other people admire
- The sight of her son graduating filled her with pride.
2. the pride of something a person or thing that makes people feel pleased or satisfied
- The new sports stadium is the pride of the town.
3. the feeling of respect that you have for yourself
- Pride would not allow him to accept the money.
4. the feeling that you are better or more important than other people
- She was full of pride and arrogance and despised ordinary people.

 

 

영영사전에 나온 뜻을 살펴보면 1번은 자부심, 2번은 자랑, 3번은 자존감, 4번은 자존심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기는 한데 4번의 뜻, 즉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뜻을 포함한다. 이에 반하여 자부심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측면에서 심리학에서 자존심과 자부심을 구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 자존감은 self-esteem으로 그대로 번역하면 자기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Self-esteem은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어 자체를 놓고 자존심과 자부심을 비교해 보자. 자존심은 마음이고 자부심은 느낌이다. 자존심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고 자부심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느낌이다. 마음은 자기가 애써서 가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느낌은 상황에 많이 의존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자존심은 스스로 가지려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자존감은 주로 타인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단어 자체로 놓고 보면, 자존심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스스로 존중받는 느낌이다. 자존심은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고 자존감은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자존심은 타인과 비교해서 자기 자신이 더 낫거나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인 반면에 자부심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느낌이다. 

 

1. 민준이는 자존심이 있네.

2. 민준이는 자존감이 있네.

 

예를 살펴보면 1번은 민준이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질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2번은 민준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살핌을 잘 받고 자라서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 안다는 느낌을 준다. 

 

- 사람이 자존심이 있어야지.

 

우리가 종종 쓰는 말이다. 이 문장에 따르면 스스로 자존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에 돈과 출세를 위해서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도덕적인 선을 버리고 행동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림이 자존감이 있어야지"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좀 어색한 것 같다. 자존감은 주변 분위기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지 스스로 만들어 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자존심을 갖되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없다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렇지 않고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자존심은 오만이 될 수도 있다. 

 

자존감은 신조어인데 self-esteem을 번역한 말이라면 번역을 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