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국민, 백성, 민중, 민초

그바람대표 2021. 9. 3. 15:57

제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지은 '공통체'라는 책을 읽으면서 '다중'이라는 말이 나와서 왜 이렇게 번역을 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다중多衆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을 뜻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다중이라는 말은 잘 쓰는 말은 아닙니다. 영어로 multitude를 다중으로 번역한 것인데 적절한 번역은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면 multitude는 무엇으로 번역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능한 단어는 국민, 백성, 민중, 민초와 같은 단어입니다. 

 

저는 백성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백성이 지금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닌데 multitude를 번역하는 데는 다른 단어보다 백성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multitude는 단수로 취급될 수 없는 복수의 사람들을 의미하며 수동적으로 국가의 질서 체계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국가 체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국민으로 번역하면 안 됩니다. people이었다면 국민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는데 multitude는 people과는 다릅니다. 국민은 통일성을 가진 단수 성격의 명사입니다. 능동성을 가진 많은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중이나 다중도 무리를 뜻하기는 하지만 단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단어는 백성과 민초입니다. 요새 민초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풀 초'가 들어가서 시적 심상이 들어간 것 같아서 아마 많이들 쓰는 것 같습니다. 있어 보인다고 할까요? 그러나 민초는 일본말 '타미구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2권", p.43) 반민족작가 이광수도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민초라는 말을 썼다고 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더 이상 내력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민초'라는 말은 일본말에서 나온 것이 확실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민초는 탈락입니다. 

 

 

우리말로 능동적인 다수의 무리를 뜻하는 단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없고요. 그나마 백성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백성百姓은 중국글자로 풀이하면 '백 개의 성씨'입니다. 즉 서로 다른 성을 가진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multitude를 번역할 때 꼭 맞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백성을 '다음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예전에, 벼슬이 없는 상민(常民)을 이르던 말.

2. (기본의미) 예전에,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뭇사람을 이르던 말.

3. 일반 국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백성은 피지배계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보통의 뭇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도 백성, 국민, 민중, 인민, 민초 중에 백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오석 "우리글 바로 쓰기 2권", p.42) 

 

많은 사람을 부를 때 '백성'이라고 부르든가 그게 너무 옛날 느낌이면 '민중'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초'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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