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끝내다' 와 '마치다'

그바람대표 2021. 8. 24. 23:28

1. 저는 10년 동안 공부를 한 끝에 비로소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2. 저는 10년 동안 공부를 한 끝에 비로소 박사 과정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위의 문장 중 어떤 것이 더 적절할까요? 정답은 1번입니다. 2번도 아주 어색하지는 않지만 '마치다'와 '끝내다'의 단어의 쓰임으로 볼 때 정해진 공부 과정의 종결을 의미할 때는 '마치다'가 더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의지가 미칠 수 있는 일에는 '끝내다'가, 그렇지 않은 일에는 '마치다'가 어울린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낱말편 1, p.187)

'마친다'가 순응적이고 소극적이라면, '끝낸다'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어감이 담겨 있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낱말편 1, p.189)

 

 

그런데 위의 설명을 보면 박사 과정을 끝낸다는 말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사 과정은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그 끝을 볼 수 있거든요. 수업을 듣고 시간이 지난다고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끝내다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마치다'와 '끝내다'는 구분 없이 혼용해서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끝내다'는 의지, 적극, 능동의 의미를 '마치다'는 순응, 소극, 순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추가적인 설명 없이 단어의 사용만으로도 문장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마치다'와 '끝내다'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그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쳤다.

2. 그는 젊은 나이에 삶을 끝냈다.

 

보통 삶이나 일생과 연결해서 쓸 때는 '마치다'는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순응, 소극, 순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1번은 그가 젊은 나이였는데 안타깝게도 죽게 되었다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병에 걸렸든 사고를 당했든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명이 다한 것입니다. 그런데 2번과 같이 쓰는 경우는 틀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만약 2번과 같이 쓴다면 그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끝냈다는 의미를 줄 수 있습니다. 즉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숙제는 마치는 것일까요, 아니면 끝내는 것일까요? 둘 다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숙제를 마친 것이라면 순리대로 잘 진행해서 숙제를 다 한 것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고요. 숙제를 끝낸 것이라면 더 할 수도 있었는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그만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렇게 이 글을 마칩니다. <- (맞는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