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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글쓰기] 이중피동(또피동)을 피하라

피동형 동사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이해하는데 능동형 동사가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능동형에서는 주어가 동사를 하는 것인데, 피동형에서 주어가 동사를 당하니까 가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까지 서술하려면 문장이 복잡해집니다. 피동형이 좋지 않는데 이중피동은 더 좋지 않겠죠. 피동형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틀린 것은 아닌데요. 이중피동은 틀린 것입니다. 이중피동이라는 말 자체가 또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밌게 '또피동'이라고 표현해봤습니다. '또피동'은 피해야 합니다. 이 책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쓰였다. (O) 이 책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쓰여졌다. (X) 위의 것이 맞습니다. '쓰였다'라는 말 자체가 피동형이기 때문에 '쓰여졌다'는 이중피동으로 틀린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쓰여졌다'가 ..

[바른글쓰기] '의'를 뺍시다

'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일본식 조사를 옮긴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91) 일본식 조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의'를 많이 쓸 때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말에 명사가 많아진다는 문제입니다. '의'가 소유격을 표현하고 그다음에는 명사가 오죠. 명사가 오는 게 뭐가 또 문제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명사가 많아진다는 것은 동사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고요. 명사는 정적이고 동사는 동적입니다. 말에 명사가 많아지면 말이 행동이 되기 어렵습니다. 말에 동사가 많아야 말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니까 '의'를 되도록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유명한 책의..

[단어선택] 정열은 열정보다 더 뜨겁다_열정과 정열

우리는 정열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습니다. 주로 열정이라는 말을 씁니다. 예전에 유명한 광고 카피가 하나 있었는데요.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이 외에는 정열이라는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신학서적을 읽다 보니 "신의 정열"이라는 말이 자주 나와서 '왜 열정이라는 말을 안 쓰고 정열이라는 말을 썼을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단어를 구성하는 중국글자가 똑같더군요. 열정熱情 정열情熱 순서만 다릅니다. 사전에 나온 뜻을 보면 의미가 다르긴 다른데요. 사전을 봐서는 그 둘의 차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글자의 뜻을 이용해서 풀어보면 열정은 뜨거운 마음이고요, 정열은 마음의 뜨거움입니다. 의미가 ..

[단어선택] 고난과 고통

고난과 고통은 비슷한 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하게 같은 말은 아닙니다. '고난'은 어려움이고 '고통'은 어려움 때문에 아픈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난은 '괴로움과 어려움'이고 고통은 '몸이나 마음의 아픔이나 괴로움'입니다. 고난은 '쓸 고'에 '어려울 난'을 쓰고 고통에서 통은 '아플 통'입니다. 고난으로 인해 고통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슈퍼맨 같은 존재라면 고난을 겪더라도 초인적인 힘으로 다 이겨낼 수 있겠죠. 반대로 굳건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큰 고난이 아니더라도 고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고난과 고통이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두 단어를 막 바꿔서 쓰면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 세대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난을..

[바른글쓰기] 웬만하면 복수하지 마

많은 사람 (O) 많은 사람들 (X) 위의 말은 '많은 사람들'이 꼭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러나 둘 다 맞는 표현일 때는 더 간단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원칙이기 때문에 위에 있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 해변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 해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두 문장 다 똑같은 의미입니다. 말이라는 것은 똑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짧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죠. 말하는 데도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요. 실제로 한 번 두 문장을 읽어 보세요. 그러면 위의 문장이 훨씬 더 부드럽게 읽힐 것입니다. 우리말은 효율적인 말입니다. 문장 성분을 굳이 다 갖출 필요도 없고요. 단수 복수도 꼭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히 의미가 전달되면 다 뺄..

[바른글쓰기] 사탕 받고 사랑받고...

사탕 받다 (O) 사탕받다 (X) 사랑받다 (O) 사랑 받다 (X) 고통받다 (O) 고통 받다 (X) '사탕 받고', '사랑받고'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말은 띄어쓰기가 어렵습니다. 사탕을 받을 때는 띄어서 쓰고 사랑을 받을 때는 붙여서 씁니다. 원리는 추상 명사 뒤에 '받다'는 붙여서 쓰고 일반 명사 뒤의 '받다'는 띄어 씁니다. 사탕 받고 사랑받고... 사탕은 띄엄띄엄 받고 사랑은 붙여서 받습니다. '사랑 받았다고' 띄어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사랑을 받다와 사랑받다는 똑같은 뜻이니까 띄어쓰기도 비슷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이 띄어쓰기는 정말 틀릴 때가 많습니다. '용서받는'도 추상 명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붙여 ..

[바른글쓰기] 입장 대신 처지, 원칙, 태도, 방침

입장은 일본말이다. '설 립'에 '자리 장'을 써서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선 자리'인데 중국말이 아니라 일본말이고 일본말로 읽을 때는 '다찌바'라고 읽는다. 그런데 우리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영향으로 인해 그 말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중국글자를 음으로 읽어서 '입장'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입장'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바꾸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입장은 처지로 바꿀 수 있다. 입장의 뜻을 고려해 보건대 처지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처지'도 '곳 처'에 '땅 지'를 쓰기 때문에 사람이 머무는 자리를 뜻한다. 그런데 처지로 쓰면 부정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면, * 내 입장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지. 이 문장에서 입장을 처지로 바꾸어 보면, * 내 처지에서는 그것을..

[바른글쓰기] 기대돼요, 내일 봬요

기대돼요 (O) 내일 봬요 (O) 기대되요 (X) 내일 뵈요 (X) 주로 오용되는 사례는 "기대되요"와 "내일 뵈요"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왜 기대돼요와 내일 봬요가 맞는 말인지 복잡하게 설명을 한 걸 본 적 있는데 여하튼 결론은 기대돼요와 내일 봬요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맞춤법이 왜 맞는지는 국립국어원에서 설명하면 될 일이고 저는 왜 자꾸 잘못 쓰게 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대되요"와 "내일 뵈요"가 "기대돼요"와 "내일 봬요"보다 더 줄어든 말로 보입니다. 기대돼요와 내일 봬요는 기대되어요와 내일 뵈어요가 줄어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짧게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섯 글자보다는 네 글자로 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기대되어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