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바른글쓰기] 입장 대신 처지, 원칙, 태도, 방침

그바람대표 2021. 1. 8. 14:30

입장은 일본말이다. '설 립'에 '자리 장'을 써서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선 자리'인데 중국말이 아니라 일본말이고 일본말로 읽을 때는 '다찌바'라고 읽는다. 그런데 우리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영향으로 인해 그 말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중국글자를 음으로 읽어서 '입장'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입장'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바꾸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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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은 처지로 바꿀 수 있다. 

 

입장의 뜻을 고려해 보건대 처지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처지'도 '곳 처'에 '땅 지'를 쓰기 때문에 사람이 머무는 자리를 뜻한다. 그런데 처지로 쓰면 부정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면,

 

* 내 입장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지. 

 

이 문장에서 입장을 처지로 바꾸어 보면,

 

* 내 처지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지.

 

전체적인 뜻은 비슷한 것 같은데 이 문장은 '내 형편이 어려워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지'의 느낌이다. 그런데 '처지'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거나 한자의 뜻을 봐도 딱히 부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다음사전에 처지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기본의미) 당하고 있는 사정이나 형편.

2. 서로 사귀어 지내는 관계.

3. 지위나 신분.

 

뜻은 이런데 실제로 쓰임을 살펴보면 이 단어는 당당한 느낌이 없다. 아주 단순하게 예를 들면,

 

*그는 당당한 입장이었다. 

*그는 당당한 처지였다.

 

두 번째 문장은 어색하다. 처지는 아무래도 약자의 느낌, 부정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다. 이럴 때는 아마 "그는 당당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여기저기 입장이라고 쓰면 말이 통하는데 입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면 처지, 태도, 원칙, 방침, 견해와 같은 단어를 가지고 잘 선별해야 한다. 웬만하면 처지라는 말로 바꾸면 될 것 같고, 처지가 잘 어울리지 않으면 다른 단어를 고려해 보면 될 것 같다.

 

일본말이라니까, 가능하면 '입장'을 쓰지 않는 걸로 원칙을 정하다. 입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