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지혜 '좋하2'

[좋하2] 땀 흘릴 필요 없다_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그바람대표 2021. 8. 7. 04:00

저는 작년에는 한 학기에 두 과목씩 강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봄학기에는 한 과목을 강의했고 가을학기에도 한 과목을 강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두 과목을 하다가 한 과목을 하니까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그것 때문에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봄학기 중에 누가 저에게 물어봤어요. 어떻게 지내냐고 어떠냐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생각해 봤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지금이 어떤가?' 생각해 보니까 저는 더 좋았습니다. 이유는 무척 단순했는데, 여유가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더 어려워지긴 했는데 그것보다는 여유가 생긴 것이 저에게는 더 좋은 일이었습니다. 사실 강사로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다섯 과목 이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것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왜 이렇게 먹고사는 것이 힘들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나는 신념과 경험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소박하게 현명하게 생활한다면 이 세상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운 일이라고 말이다... 땀을 쉽게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태여 이마에 땀을 흘려가며 밥벌이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월든, 110)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2년 동안 살면서 경험한 것을 '월든'이라는 책으로 냈습니다. 그 2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생활 방식이 소박하고 현명하다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확신하며 말합니다. 소로우가 밭을 일구며 살아보니까 땅은 내놓는 수확물은 자신이 먹고 남을 만큼 충분했고 또 그 정도 수확물을 얻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이죠. 땀을 잘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먹고사는데 굳이 땀까지 흘릴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제 생각에는 분명히 먹고사는 것이 힘든 것 같거든요. 꼭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절로 드는데 말이죠.

 

소로우의 말대로라면 제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느끼는 이유는 제 삶이 사치스럽거나 아니면 제가 어리석기 때문일 텐데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 통나무집에서 살았던 삶에 견주어 보면 제 삶이 소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소로우는 너무 극단적으로 검소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그냥 단순하게 먹고사는 데만 신경을 쓴다면 오랫동안 힘들게 일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살 수 있습니까. 다른 것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는데요. 그런데 어쩌면 생각보다 제가 더 어리석을 수도 있습니다. 소로우는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에 자신의 마음을 두고 사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런 것 때문에 삶에 여유가 사라질 때가 많습니다. 

 

저는 삶의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면 그 외의 시간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서 저녁도 먹고 아내와 산책도 하고 책이나 영화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돈을 더 벌기 위해 또는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하여 쉼 없이 달려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세상이 정말 그런 구조를 갖고 있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제가 소박하지 않고 현명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요? 전자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후자라면 제가 바뀌면 되겠죠. 그런데 세상이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로우처럼 소박한 삶을 산다면 먹고사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삶이 소박해질수록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선택입니다. 여유로운 삶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화려한 삶을 택할 것인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화려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없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그건 불가능합니다. 화려는 끝이 없습니다. 화려하게 사는 사람은 더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화려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요. 그러면 여유와는 거리가 멀어지죠. 저는 여유를 선택합니다. 그게 좋더라고요. 소박하고 현명하고 여유로운 삶. 괜찮지 않습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좋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