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띄어쓰기] 잘사는 것도 좋지만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바람대표 2021. 7. 7. 06:08

띄어쓰기 때문에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말이 있습니다. 말로 할 때는 잘 구분이 되지 않아서 전체 문맥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지만 글로 쓸 때는 띄어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말이 있습니다. 

 

'잘살다'와 '잘 살다'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잘살다'는 사전에 있는 말이고 '잘 살다'는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잘살다'의 기본 의미는 "재물을 넉넉하게 가지고 살다"는 의미입니다. '잘살다'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의미가 있습니다. 

 

2. (사람이) 탈 없이 지내거나 화목하게 살다.
예문)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

'잘살다'의 기본 의미와는 많이 다릅니다. '잘살다'의 두 번째 의미는 '잘 살다'의 의미와 비슷합니다. '잘 살다'는 정말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잘 살다'는 문맥에 따라서 '행복하게 살다', '건강하게 살다', '의미 있게 살다'와 같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잘살다'의 2번 의미가 '잘 살다'와 비슷하기 때문에 무조건 '잘살다'로 쓰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잘살다'는 '부자로 살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빼고 싶다면 '잘 살다'로 쓰는 것이 맞죠.

 

"잘 먹고 잘살아라."

"잘 먹고 잘 살아라."

 

 

예전에 이런 말 많이 했습니다. 보통 보기 싫은 사람과 절교할 때 쓰던 말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좋은 말입니다. 띄어쓰기에 따라서 의미가 다릅니다. 위의 것으로 쓰면 넉넉하게 살라는 의미가 들어가게 됩니다. 

 

새마을운동 노래로 옛날에 지겹게 나왔던 '잘살아 보세'는 붙여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띄어서 썼네요. 그 당시에는 맞춤법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잘사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자본주의 방식으로 의미가 형성되었는지 마음이 좋지 않네요. 잘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