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녀'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녀라는 표현을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그녀'라는 표현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문장을 보죠. 글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말로 옮기면 문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그년은 어디에 있을까?"
위의 두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으면 완전히 똑같은 발음으로 읽게 됩니다. 단순히 3인칭으로 사람을 부를 때 성별을 구분해서 그, 그녀로 칭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욕설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녀'라는 표현은 쓰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특별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가끔 3인칭으로 여성을 부를 때 '그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불손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글에서만 쓰고 일상생활에서는 안 쓰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요. 글에서 자꾸 쓰다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옵니다. 그러니까 일상생활에서도 글에서도 안 쓰면 좋겠습니다.

둘째, 꼭 '그녀'라는 표현으로 남자, 여자를 구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 말. 이미 앞에서 언급했거나 듣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 중, 주로 남자를 가리킬 때 쓴다.
주로 남자를 가리킬 때 쓴다는 말은 여자를 가리킬 때 써도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꼭 그, 그녀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그녀'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셋째, 이오덕 선생님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일본말 '카노조'를 그대로 옮긴 말이라고 합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1, 195) 일본말에서 왔으니까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와는 달리 '그녀'는 여성성을 부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는 무미건조하게 나와 네가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녀는 그런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을 담은 말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이 예를 들어 할머니를 그녀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 지적합니다. 할머니를 '그녀'라고 표현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고 말합니다. 저도 동의하고요.
굳이 '그녀'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그바람 글쓰기 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어선택] 초미의 관심사? (0) | 2021.08.11 |
---|---|
'왠만하면'과 '웬만하면', '왠지'와 '웬지' (2) | 2021.08.04 |
[바른글쓰기]'이/가'의 쓰임새(격조사/보조사) (0) | 2021.07.15 |
[띄어쓰기] 잘사는 것도 좋지만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0) | 2021.07.07 |
'계란'과 '달걀' 순화어에 대하여 (1) | 202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