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우리가 참 좋아하는 단어 중에 하나입니다. 1990년 대에 유행했던 노래 중에 신승훈 씨가 부른 "미소 속에 비친 그대"라는 곡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노래를 참 좋아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모습만큼 보기 좋은 모습이 있을까요? 미소라고 하면 보통은 소리 없이 방긋 웃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웃다'라는 단어보다 '미소 짓다'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웃다'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요. 글에서는 '웃다'라는 표현보다 '미소 짓다'라는 표현을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미소는 일본말입니다. 우리가 글에서 '웃음'이라는 말보다 '미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미소가 일본말인 것이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좀 더 유식하고 있어 보이게 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데요. 그래서 일본말과 중국글자말을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이나 신문 기사에서 '미소'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죠. 영어 단어 smile이 나오면 무엇이라고 번역할까요? 아마도 거의 자동으로 미소 짓다로 번역을 할 것입니다.
미소가 일본말이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말도 있는데 굳이 일본말을 쓸 필요는 없겠지요. 미소 대신 우리말로 웃음이라고 쓰면 됩니다. 그런데 웃음은 좀 더 일반적인 말이고 미소는 웃음 중에서도 조용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웃음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의미가 있기는 합니다. 만약에 그런 웃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미소 대신 조용한 웃음, 잔잔한 웃음이라고 쓰면 됩니다. 이렇게 형용사를 붙이면 더욱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조용한 웃음, 잔잔한 웃음, 환한 웃음, 달콤한 웃음, 소년 같은 웃음 등등 많은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소는 미소 짓다가 거의 끝입니다. 미소에 다른 표현을 붙이는 것이 어색하죠. 그리고 '짓다'라는 동사의 느낌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마치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한 동사입니다.
또한 미소 대신 웃다를 써야 하는 이유는 웃다의 명사형인 웃음을 통해 훨씬 더 생동감 있고 다양한 표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소는 명사(이름씨)이고 웃다는 동사(움직씨)입니다. 이름씨보다는 움직씨가 훨씬 동적인 느낌이 있고 여러 가지 표현을 만드는 데 용이합니다. '웃다'라는 동사를 쓰면 웃을 때 어떻게 웃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미소라는 이름씨를 쓰면 거의 모든 웃음을 미소로 표현해 버리는데 웃음이라는 단어를 쓰면 형용사나 부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웃음을 표현할 수 있고 다양하고 재밌는 표현이 나올 수 있죠.
예를 들어 '미소'를 '방긋 웃다'로 쓰면 여러 가지 변형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방긋'이라는 단어가 여러 가지로 변형이 되거든요. 방긋, 벙긋, 방끗, 벙끗, 빵긋, 뻥긋 등 단어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이 주는 느낌을 대충 다 알고 있고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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