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바른글쓰기] 한국어에도 가정법이 있을까?

그바람설왕은 2021. 2. 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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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도 가정법이 있을까요? 국어 문법 시간에 가정법이라는 것을 배우지는 않지만 실제로 우리가 쓰는 가정법이 있습니다. 가정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문장을 좀 더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의 가정법을 토대로 우리말의 가정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예요.

 

1. 비가 오면 좋겠다.

2. 비가 왔으면 좋겠다.

 

Image by Jill Wellington from Pixabay  

 

1번과 2번은 다른 의미입니다. 1번은 지금 비가 오지 않지만 앞으로 비가 오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번은 영어의 가정법과 비슷합니다. 가정법 과거와 비슷합니다. 현대 사실의 반대를 가정합니다. 

 

즉 2번 표현은 현재 비가 안 오고 있지만 비가 오고 있으면 좋겠다는 표현입니다. 영어에는 가정법 과거도 있지만 가정법 과거 완료도 있습니다. 

 

가정법 과거는 현재 사실의 반대를 가정합니다. 

가정법 과거 완료는 과거 사실의 반대를 가정합니다. 

 

우리나라 말에는 위에 쓴 것과 같은 가정법 과거와 같은 표현은 있지만 가정법 과거 완료와 같은 표현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비가 왔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비가 왔었으면"이라고 말하면 이상한데 "비가 왔었다면"으로 하면 그리 이상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과거 사실의 반대를 가정해서 하는 말이죠. 마치 역사적 사실의 반대를 가정해 보는 듯한 표현입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더 낮았더라면,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와 같은 문장이죠.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쓰는 표현입니다. 

 

가정법은 영어로는 mood입니다. 문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것이 왜 "법"이 되었는지... 일본에서 그렇게 번역을 했고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좋은 번역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은 분위기를 나타낼 때 평서문으로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왔으면 좋을 텐데.......

 

아쉬움의 분위기를 서술어의 어미를 변화시켜서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가정법을 쓸 때 장점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문장은 대체로 '다'로 끝나는데요. 가정법을 쓰면 '다'가 아닌 다른 어미로 문장을 끝낼 수 있습니다. 문장의 다양성을 위해서 가정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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