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바른 글쓰기] 며칠과 몇일

쥬드코알라 2021. 4. 25. 15:04

국어에서는 '몇 월'과 '며칠'이 올바른 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몇 월'과 '며칠'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길래 둘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 걸까요? '몇+월'이 분명한 '몇월'을 발음해 봅시다. 우리는 이 단어를 [며둴]로 소리 냅니다. 같은 원리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옷+이->옷이[오시]    옷+안->옷안[오단]

●꽃+이->꽃이[꼬치]    꽃+안->꽃안[꼬단]

 

'옷'이라는 단어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연결될 때 앞말의 받침이 첫 소리 위치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옷+이'는 [오시]로 발음됩니다. 그런데 뒷말이 온전한 단어인 경우에 'ㅅ'은 뒷말의 첫소리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이때 '옷'은 [옫]이란 발음으로 변하고 나서야 'ㄷ'을 뒷말의 첫소리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국어에서 단어와 모음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결합되었을 때는 앞말의 받침 'ㅋ,ㅌ,ㅍ,ㅊ,ㅅ'이 뒷말의 첫자음 위치에 그대로 이동할 수가 없답니다. 'ㄱ,ㄷ,ㅂ'으로 변화된 이후에 뒷말의 첫소리로 이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꽃+이'는 [꼬치]로 소리 나지만 '꽃+안'은 [꼬찬]으로 발음되지 않고 [꼬단}으로 발음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몇+월'을 발음해 보세요. [며둴]로 발음되는 것이 보이시지요? 뒷말인 '월'이 온전한 단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며칠'의 경우에는 [며딜]이 아니라 'ㅊ'이 그대로 이동해 [며칠]로 소리 나지요. 그러니 뒷말의 '일'이 온전한 단어가 아니라 생각되는 것입니다. 월은 '달 월(月)'이 분명한데, 일은 아닐 수 있다니 이해가 안 될 겁니다. 그런데 며칠이 옛말에서는 며츨로 나타난다는 점이 의심의 시작입니다. 원래가 츨인데 칠로 바뀐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즉, 일(日)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을 수 있는 거죠. 일을 을이라고 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한편 츨이 칠로 바뀌는 것은 자주 있는음운 현상입니다. 옛날에는 입안의 침도 '츰'이었다네요.

 

며츨은 '몇을'이나 '몃흘' 등으로 형태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앞의 몇이라는 말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뒤의 '을, 흘' 등은 날짜를 나타내는 말과 관련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그때 떠오르는 단어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날짜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지요. 바로 이틀(이+ㄷ+흘), 사흘, 나흘, 열흘이 그 예입니다. 분명하게 '흘'이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며칠은 며츨이 바뀐 말이고, 며츨은 원래 몃흘에서 온 말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한글 맞춤법 제27항 붙임 2에서는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예로 '며칠'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정확한 설명은 어원이 불분명하여 며칠이라고 쓴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며칠이 날 일(日)과 상관없을 수 있다는 의미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몇 월 며칠'로 표기하는 것이 바른 표기입니다.

 

 

 

 


출처
(조현용,뉴욕중앙일보2017.3.16미주판15면)
(김남미,2015,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나무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