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오늘의문장] 바보상자_2022년 7월 3일

그바람대표 2022. 7. 4. 00:18

"부엌에서 밥이 타는지 밖에서 개가 짖는지 티브이 수상기 속에 빨려 들어가 있는 노모를 방문 틈으로 들여다볼 때면 섬뜩한 느낌마저 들곤 했다. 마치 바보상자 속에 혼을 몽땅 빼앗기고 껍데기만 앉아 있는 광경을 목격한 것 같았다."

(함정임, "병신 손가락" 중에서)

 

요새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동영상을 틀어 놓을 때가 많다. 동영상에서 사람들이 막 떠들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시끄럽다는 생각도 하는데 끄면 또 적막함이 싫기도 하다. 혼자 있는 느낌이랄까. 왜 어르신들이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사는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나도 점점 더 그렇게 될까? 바보상자에게 혼을 몽땅 빼앗기고 껍데기만 앉아 있는, 그런 사람이 될까? 노모는 티브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티브이를 켜놓고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영상 속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이해하려고 하면 그것 역시도 에너지 소모가 많다. 사람들과 직접 대화할 때는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그 사람을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동영상은 아니다.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사람들 속에 있는 느낌은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