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오늘문장] 차갑게 금을 그었다_2022년 7월 1일

그바람대표 2022. 7. 1. 17:21

"그치지 않는 비와 나뭇잎에 부딪혀 쏟아지는 빗소리는 십일월 어느 날의 빗방울과 같이 나의 의식에 차갑게 금을 그었다."

(함정임 "병신 손가락" 중에서)

 

 

지난 며칠간 비가 계속 오더니 오늘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역시 하늘은 파래야 어울린다. 그리고 흰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닌다. 다음 주에는 태풍이 온다던데. 장마 뒤에 태풍이라. 뭔가 어색한 조합이다. 온다면 오는 것이지. 태풍이 어색함을 알게 무엇이랴. 

 

가끔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의식을 깨우는 경우가 있다. 의식에 차갑게 금을 긋는다. 빗소리에, 떨어지는 비에, 잠잠한 의식이 깨어나고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면 요새 같은 장마엔 삶이 참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게 뭐가 있을까? 내 의식에 차갑게 금을 긋는 것이 뭐가 있을까?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