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애매와 모호 사이_애매/모호

그바람대표 2022. 4. 8. 11:58

*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기소에 대한 기준이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애매모호라는 단어는 저도 잘 쓰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애매라는 단어와 모호라는 단어는 뜻이 비슷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굳이 애매모호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매모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매와 모호도 같이 보죠.

 

애매모호[曖昧模糊] :말이나 태도 따위가 흐리터분하고 분명하지 못함.
애매하다: 1. [논리] (의미나 개념이) 명확하지 못하다 2. (말이나 태도가) 이것인지 저것인지 분명하지 못하다
모호하다: [(명)이] (말이나 태도가) 분명하지 않고 흐리터분하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애매모호, 애매, 모호, 이 세 단어가 모두 비슷한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요? 정답은 '모호'입니다. 왜냐하면 '애매'는 일본 사람들이 즐겨 써서 우리도 쓰게 된 말이기 때문이죠.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 우리가 쓰는 말이 있는데 굳이 애매하다는 말을 쓸 필요는 없겠죠. 

 

모호模糊의 중국글자를 보면 '본뜰 모'에 '풀 호, 풀칠할 호'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떠서 풀칠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어떤 물건을 붙이려고 풀질을 한다면 정확하게 못하고 대충 하게 되겠죠.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애매曖昧를 만드는 중국글자는 '가릴 애'에 '어두울 매'로 되어 있습니다. 가리어져 있거나 어두워서 분명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중국글자를 보면 애매와 모호는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매하다'는 분명하지 않다는 의미 외에 "아무 잘못 없이 누명을 쓰거나 책망을 받아 억울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경찰이 애매한 시민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가혹 행위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애매는 모호와 뜻이 비슷하고 애매는 다른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애매모호하다는 말도 별로 좋은 말은 아닙니다. 마치 'Good좋다'라고 쓰는 것과 비슷하죠.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단어나 문장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애매하다' 대신에 '모호하다', '분명하지 않다', '어두워서 안 보인다'. '흐릿하다'와 같은 단어를 써야 문장의 의미를 더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