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글자말투를 많이 씁니다. 어려운 글이 어려운 이유는 내용이 복잡하고 심오한 것도 있지만 말투가 너무 이상해서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중국글자말투나 일본말을 많이 쓰는데 이것은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글을 써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없애야 하는 중국글자말투로는 -적, -화, -하, -상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적'은 전에도 자세하게 말했는데, 매우 자주 쓰는 말입니다. 오늘은 '-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최근에 지구촌이란 미명 아래 여러 지역의 문화가 일정한 형태로 규격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사전에서 '미명'을 찾으면 예문으로 나오는 문장입니다. 미명美名은 '아름다울 미'에 '이름 명'을 씁니다. 이 문장은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합니다. 첫째, 미명 아래 있다는 말이 이상하죠.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미명하에'에서 '하'가 '아래 하'이기 때문에 '하'를 아래로 번역해서 썼기 때문입니다. 미명 아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이상합니다. 사실 '하'라는 말을 쓴 어구는 대체로 이상합니다. '주제하에', '교육하에', '상황하에'와 같은 어구를 생각해 보세요. 주제 아래에서, 교육 아래에서, 상황 아래에서라는 뜻인데 잘 생각해보면 다 어색한 말입니다.
둘째, 논리도 이상합니다.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문화가 규격화된다는 말이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지구촌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문화가 비슷해진다고 말해야 논리가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구촌에 살고 있으니까 문화를 똑같이 만들라고 누군가 강요하지는 않을 텐데요. 위의 문장은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하니까 이런 문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들은 유식한 말을 대충 옮겨 적는 것이지요. 근데 그러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게 됩니다.
위의 문장 자체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명 아래'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 '-아래에서'와 같은 말은 글을 쓰다 보면 불쑥불쑥 나오는데요. 안 쓰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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