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바른글쓰기] '의'를 뺍시다

그바람대표 2021. 2. 6. 21:25
'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일본식 조사를 옮긴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91)

일본식 조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의'를 많이 쓸 때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말에 명사가 많아진다는 문제입니다. '의'가 소유격을 표현하고 그다음에는 명사가 오죠. 명사가 오는 게 뭐가 또 문제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명사가 많아진다는 것은 동사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고요. 명사는 정적이고 동사는 동적입니다. 말에 명사가 많아지면 말이 행동이 되기 어렵습니다. 말에 동사가 많아야 말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니까 '의'를 되도록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유명한 책의 제목에도 일본어 조사 표현이 있습니다.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유명한 책 제목에서 버젓이 일본식 조사 표현을 쓰니 우리말을 쓸 때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표현이 많습니다. "범죄와의 전쟁"도 그렇습니다. "적과의 동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의'를 빼면 말이 이상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만약 "범죄와의 전쟁"에서 '의'를 빼면 "범죄와 전쟁"이 되는데요. "범죄 그리고 전쟁"인지 "범죄에 대항한 전쟁"인지 의미 전달이 모호해집니다. 그래서 "범죄와 전쟁하기"로 하면 좀 웃기고요. "범죄와 전쟁하다"는 좀 낫네요. "적과의 동침"은 "적과 동침하기" 혹은 "적과 동침하다"로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에서 일본식 조사 표현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문장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써 놓고 보니까 이 말이 되게 이상합니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자는 뜻으로 쓴 문장인데 '미래의 계획', '2020년의 계획', '다음 주의 계획'과 같이 쓰면 대충 말이 될 것 같은데 '앞으로'라는 말 자체가 부사인데 여기에 '의'를 붙인 것이 좀 괴상해 보입니다. 

 

"미래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좀 이상하고... 생각해 보면 계획 자체가 미래에 대한 것이니까 미래의 계획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지만 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미래도 우리말로 바꾸어서 "앞날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로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