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단어선택] 혹은 떼라_혹은 말고 또는

그바람대표 2021. 6. 12. 23:29

'또는'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 단어입니다. 가끔 글을 쓰고 자신이 쓴 글을 유심히 읽다 보면 내가 어떤 단어를 선호하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알게 된 저의 글쓰기 습관 중 하나는 제가 '혹은'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또는'이라고 써도 되는 정말 많은 곳에 '혹은'이라는 말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또는'과 '혹은'은 완전히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를 쓰는 것이 더 좋을까요? '또는'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는 '또는'은 우리말이고 '혹은'은 중국글자말이기 때문입니다. '혹은'에서 '혹'은 중국글자입니다. 或 혹 혹, 혹시 혹입니다. 다음 사전에서 "뒤 내용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나타낼 때 쓰여 앞뒤 문장을 이어 주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왜 '혹은'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혹은'에 있는 '혹'은 '혹 혹'이지만 여기에 있는 혹은 미혹할 혹(惑)의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음에 의심을 품고 있는 상태이며 나는 지금 생각이 많다는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또는'은 별생각없이 기계적으로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혹은'이라는 단어를 선호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중국글자말이나 일본말을 쓰면 우리가 정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할 때가 많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 감자 혹은 고구마를 가지고 오세요.

* 감자 또는 고구마를 가지고 오세요.

 

물론 미심쩍고 의문이 들 때는 '혹'자가 주는 느낌 때문에 '혹은'을 반드시 써야 할 때도 있겠지만 위의 경우에는 '또는'이 훨씬 적절해 보입니다.  

 

혹은 뗄 수 있다면 떼는 게 좋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