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와 '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둘 다 장소를 가리키는 조사여서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막상 글을 써 보면 '에'가 맞는지 '에서'가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구분을 하자면, '에'는 다음에 상태를 나타내는 내용이 나오고 '에서'는 동작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
* 체육관에 운동을 했다.
* 우리 집에 화장실이 두 개 있다.
* 우리집에서 화장실이 두 개 있다.
당연히 위에 있는 문장이 맞습니다. 밑에 있는 문장은 어색하죠? 그래서 대충은 자연스럽게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요.
* 너, 어디에 살아?
* 너, 어디에서 살아?
* 나, 서울에 살아.
* 나, 서울에서 살아.
문장들이 모두 딱히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는 것'이 상태인지 동작인지 애매한 거죠. 산다는 것을 상태로 보면 '에'가 맞을 테고, 동작으로 보면 '에서'가 맞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것은 딱 뭐가 맞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사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집니다.
"나, 서울에 살아."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리 부모님이 여기 정착하고 사셔서 나도 서울에 살게 되었지, 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요. 서울이 단순 거주지라는 느낌을 줍니다.
"나, 서울에서 살아."는 나의 의도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는 충청도에서 살다가 직장 때문에 서울로 이사 와서 사는 것과 같은 그런 의미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서울이 거주지라기보다는 활동 영역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우리말이 까다로운 것 같지만 묘미가 있지요. 조사 하나에 따라서 문장의 의미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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