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람 글쓰기 교실

[바른글쓰기] 적은 우리의 적이다

그바람대표 2021. 5. 26. 00:07

우리는 중국글자말로 된 명사에 '적'이라는 말을 붙여서 형용사로 만들어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정치적, 미적, 신적, 예술적, 긍정적, 남성적과 같은 단어가 다 이런 식으로 만든 말입니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명사를 형용사를 만들 때 이런 식으로 '적'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렇게 한 것일까요? 정답은 일본 사람들입니다. 19세기 후반에 일본 사람들이 영어의 -tic을 번역하면서 '~의'라는 뜻으로 '적'을 붙이면서 '~적'과 같은 단어가 무수히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자를 주로 쓰던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의 기록을 보면 '~적'이라는 표현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적'의 표현은 일제 시대 때 처음 사용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말이니까 일단 안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일본말이어도 '~적'을 붙이는 것이 중국글자말을 형용사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면 권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듣기가 매우 싫습니다. 보통 '~적'은 '~쩍'이라고 발음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적'이 많아지면 계속 '쩍' 소리가 나게 되죠. 우리나라 말은 원래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다소 딱딱하게 들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적'이 많아지면 더 딱딱하게 들리겠죠. 우리가 말을 할 때도 자꾸 '적'이 들리면 상당히 귀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둘째, 정말 중요한 단어에 강세를 주어야 하는데 '적'에 강세가 들어갈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신적 사랑'을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신'과 '사랑'입니다. 그런데 발음을 할 때는 '신'도 '사랑'도 아닌 '적'에 강세가 들어가기 쉽습니다. 의미 전달이 잘 안 될 수 있죠. 

 

그래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적'을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을 정말 많이 사용하거든요. 제가 없애고 싶은 적 중에 하나는 '긍정적', '부정적'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어떻게 '긍정적'에서 '적'을 없앨 수 있을까요? 생각을 좀 해봤는데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적'을 참 많이 씁니다. 가능하다면 '적'을 없애서 우리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적'을 없애면 듣기에도 좋고 의미 전달도 더 잘 될 것입니다. 

 

'적'이 많은 것은 좋지 않죠. 그렇지 않습니까? '적'은 우리의 적입니다. 몰아냅시다. 

 


참고서적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2" p. 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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